[한선크로니클=전홍주 칼럼니스트] 2009년에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지난 30년간’ 세상을 바꾼 혁신발명품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친 혁신적인 제품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최고의 발명품은 무선통신 인터넷이며, 2위에는 컴퓨터, 3위에는 휴대전화, 4위에는 전자메일 등이 추천되었다. 그 외 30개 혁신발명품 안에 선정된 것에는 리눅스나 위키피디아 등으로 대표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또는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쇼핑 및 경매 등 컴퓨터 기술과 전자통신의 발달로 인한 온라인상에서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는 아이템들이었다(서울신문, 2009). 15년이 지난 오늘 이와 같은 아이템들은 우리 생활 전반에서 파생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이 이제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장소라는데 이의가 없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편의성은 전화나 편지 같은 전통적인 통신방법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접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편리함과 효과성까지도 능가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에 화상을 통한 교육이나 회의, 의사결정 등의 형태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오히려 그 편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익명성은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이루어지도록 열린 소통구조를 갖게 한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 따른 제약을 비교적 갖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은 지구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조차 어디든 자유롭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표현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실현시 킬 수 있는 위대한 기술로서 세상을 바꾼 혁신 발명품들의 근간이 되고 있지만, 존중이라는 키워드가 같이 공존할 때 그 가치가 장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직면하는 부정인 결과의 하나로, ‘악플사례’를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다. 악플은 사이버 범죄의 일종으로 인터넷상에서 상대방이 올린 글에 대한 비방이나 험담을 하는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댓글을 뜻한다. 예전에 ‘악플은 천하에 둘도 없는 욕쟁이 할머니도 쓰러뜨린다’는 기사(OSEN, 2015. 7. 19일자)를 본적이 있다. 탤런트 김수미씨 이야기다. ‘세상 사는 맛’을 욕 안에 모두 녹여낸 남다른 입담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녀가 악플러들의 집요한 공세에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며 잠시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했다는 기사이다.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과 비방 등이 연륜 있는 배우의 내공도 침해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9년 가까이 지난 요즘의 악플사례는 디지털 혐오의 부상을 대표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인권은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방이나 욕설처럼 부정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애정을 표현하거나 지나친 관심 등으로 온라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인권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괴롭힘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만 14~18세의 여자 청소년 1,000명으로 대상으로 온라인 그루밍과 관련된 경험 및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여성가족부, 2021), 97.2%가 온라인 수업 및 인터넷 강의 시간을 제외한 하루 1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세 명 중 한 명의 여자 청소년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노출한 경험이 있고,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노출한 경험은 두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4,490가구의 만15세 이상 모든 가구원(총 8,3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상에서의 여성폭력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보면(여성가족부, 2022), 온라인 성적 대상화와 성별 갈등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인터넷 광고에서의 성적 대상화(20대 21.4%, 30대 21.5%), 온라인 방송에서의 성차별, 온라인 방송에서의 성희롱, 성차별(20대 25.2%, 30대 19.1%)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6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 여성의 90% 이상, 40대 이상 남성의 약 80% 이상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은 카메라, 휴대폰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촬영 및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이의 유포 및 유포협박, 이의 구매, 소지, 시청, 저장하는 행위와 온라인 공간에서 성적 괴롭힘 및 온라인 그루밍을 의미한다.2019년 기준(여성가족부, 2022년 여성폭력통계),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 유포의 주된 가해자로 나타난 비율을 살펴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의 비중은 각각 66.8%, 51.8%로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불법촬영의 경우, 여성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비율이 74.9%로 남성(26.8%)보다 높았고,남성은 ‘친인척 이외의 아는 사람’이 가해자인 비율이 73.2%로 여성(24.6%)보다 높았다. 여성 불법촬영물 유포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 구성 비율은 ‘전혀 모르는 사람’ 51.8%, ‘친인척 이외의 아는 사람’ 48.2%,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 38.5% 순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2021), 2021년 디지털 성폭력범죄 입건 건수는 전년에 비해 3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2020년 이후 디지털 성폭력범죄가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범죄유형별로 살펴보면, 통신매체 이용음란 범죄는 매년 15% 내외를 차지하다가 2021년 38.9%로 대폭 증가하였으며,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는 매년 70% 이상을 차지하다가 2020년 51.9%, 2021년 48.7%로 대폭 감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매년 10% 내외였으나 2020년 27.0%로 전년에 비해 거의 3배 증가하였다가 2021년에는 12.5%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디지털 성폭력 범죄자의 성별 구성 비율을 보면, 남성이 전체 성폭력 범죄자의9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성착취물(97.9%), 카메라등이용촬영(94.4%), 통신매체이용음란(93.4%)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자의 여성 비율은 5.5%이며, 통신매체이용음란 범죄의 여성 비율이 6.6%로 다른 디지털 성폭력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범죄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경찰청, 「범죄통계」 각 연도, (2022년 여성폭력통계자료 인용)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성적인 욕설이 담긴 메시지나 음란물의 전송뿐만 아니라 스토킹, 명예훼손, 모욕, 비방, 혐오 표현 등 인권피해 행위의 많은 부분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과 온라인의 익명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미흡할 때 인터넷은 타인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여성 비하와 혐오성 표현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법적 제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일고 있다.
특히 2015년 7월 1일 전면 시행된 양성평등기본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가와 지자체는 대중매체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비하, 폭력적 내용이 개선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방송, 인터넷 등에서 성차별, 여성비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심의가 강화되며, 문제가 되는 방송·인터넷 표현물에 대해서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인터넷 검색 등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서로간의 소통까지, 인터넷을 거치지 않은 우리의 행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인터넷은 당대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사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다. 다른 청소년 암 환자를 위해 소셜네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20만 파운드(약 55억 3000만원)를 모금해 감동을 일으켰던 스티븐 서튼의 사례나 주변의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기부나 지지모임을 만들고 온정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삶을 온기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 사회에서 이제 온라인은 집단적 비난과 비방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더욱 선도해야 할 미션을 갖는다. 우리 주변에서 생물처럼 기능하고 있는 온라인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상 소통에 대한 인식 변화 및 실질적인 법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선순환할 수 있도록 온라인 인권에 대한 책무를 잘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여성가족부. 2021 양성평등실태조사 주요결과 요약.
여성가족부. 2022년 여성폭력통계.






